K-자취 5개월 차, 멕시코 유학생 좌충우돌 적응기

2023. 6. 8. 13:39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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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취 5개월 차, 멕시코 유학생 좌충우돌 적응기

나는 한국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멕시코 사람이다. 여기에 온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평소 외교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1년 전 여행차 왔던 한국의 매력에 빠졌고, 멕시코와

유독 교류가 많은 나라인 한국에서 유학을 결심했다. 조금 늦더라도, 내가 꿈 꿨던 일을 해

보고 싶었다.  부모님은 나를 만류 하셨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올해 초, 고집스러운 딸에

 게 화를 내시는 엄마와 조용히 눈물을 닦으시는 아버지를 뒤로한 채 나는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살이 첫째 관문은 살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쉽지 않을 것이라 에상했지만,  감사하게

도 한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알맞은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방이 여러 개였는데, 집주인의 배

려로 룸메이트를 구해 살며 월세를 감당하기로 했다. 합격한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

작했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바로 '외로움' 한국 사람들은 낯선 사람인 나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함께 공부하는 외국인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멕시코 친구에게 연락하려 해도 시

차가 문제였다.  처음엔 룸메이트도 없었기에, 집에 돌아오면 빈집이 나를 맞았다. 나는 대

가족 틈에서 자랐고, 독립한 후에도 친구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 때문에 오랜 적막을 견디

는게 쉽지 않았다. 혼자 잘할 수 있을 거라던 자신감도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여기 온게 장

말 잘한 선택일까?' '과연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까?' 걱정이 밀려 왔다.

 

그런 내 삶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치과에서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면서부터였

다.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는 그 친구는 작은 '음악 밴드'도 만들어 이끌고 있었다.  나에게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 했는데, 처음에는 망설이기도 했지만 삶의 변화가 필요 했기

에 도전하기로 했다. 연습은 일주일에 무려 세 번! 일곱 명 남짓한 멤버가 모이면 연습도 했

지만,  함께 식사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다.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그때 알았다. 그 시간이 무척 소중했다. 약

한시간 반이 걸리는 먼 거리였지만, 그 여정이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말이다.

 

하루는, 밴드부 멤버의 소개로 유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캠프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강원

도 명소를 다니며 한국 문화도  경험하고 강연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한 강사분이 늘 원망

스럽게만 생각했던 아버지의 진짜 사랑을 느꼈던 일화를 들려 주셨는데, 부모님 생각이 났

다. 타국 생활이 힘이 들어도 말씀드리기가 죄송해서 때론 내 삶이 바빠서 전화 한 통 드리

지 못한 것이 죄송했다. 쉬는 시간, 아버지에게 영상전화를 걸었다.

"엘리사, 웬일이야? 잘 지내고 있어?" "네! 아빠, 제가 너무 늦게 연락드려서 죄성해요." 순

간 엄마의 얼굴도 함께 영상에 보였다. 두 분은 보고 싶었던 딸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 보셨

다. 그러곤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 등을 물어보셨다.  밴드 활동을 한다

고 하니, 벤드 공연은 언제 하는지, 실시간 영상을 공개한다면 내 모습을 볼 수 있는지 등을

물어 보셨다.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닫고 지냈던 시간이 떠올랐다.

엄마 아빠는 이 고집스러운  딸도 언제나  그랬듯 사랑하고 계셨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멕시코에서 지낼 때보다 부모님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부모님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요즘 나는 아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벤즈 활동을 비

롯한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느라 하루가 부족하다.  아, 좋은 룸메이트도 얻었다!  예전에는

저녁이 되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먼저 날 찾아왔는데, 지금은 눕자마자 거의 잠에 빠져들고

있다. 몸은 좀 피곤하지만 행복하다.

앞으로도 살다 보면, 자취생활의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5개월

간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누군가와  '연결될 때 내 삶이 더  풍요로워 진다는 점이다. 독

립은 고립을 뜻하지 않는다.  혼자 살아도 누군가와 마음이 연결되고  힘을 얻을 때 공부도,

청소도,  자기 개발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마음의 문틈

을 활짝 열어두려 한다!

 

글  카렌 멜리사 구즈만 마따(연세대 어학당 제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