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10. 18:30ㆍ카테고리 없음
“엄마는 날 마마보이로 키우고 있어!”
쿵. 심장이 고장 난 걸까. 순간 숨이 멎은 것 같았다. 난 거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고 아직은 어리고 내 보살핌이 절실하다고만 여겨왔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무슨 다툼이었는지 기억조차 사라졌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사춘기가 아들에게 찾아온 것이다. 아이가 독립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홀로 우뚝 서있는 그를 흐뭇하게 바라볼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당연한 과정인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들이 한심했고 나에게 그날이 오면 기꺼이 수용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이 밀려오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적절한 단어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배신감’이리라.
이미 육아서를 읽으며 먼저 겪은 선배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제는 아이를 놓아줘야 한다는 것을, 온전히 자신이 겪으면서 이겨내고 배워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 줘야 한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넌 아직 어리고 엄마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한다.”라며 우리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싸움에서 나는 져야 하지만, 내 소중한 아들을 어떻게 싸워보지도 않고 떠나보낼 수 있을까? 우리는 일 년을 꼬박 다퉜다.
아들은 버스를 혼자 타는 일부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더 이상 ‘엄마 셔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혼자서는 위험하다는 나의 말은 허공에서 맴돌았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거나 학원을 빼달라는 요구도 해왔다. 형식상 내 허락을 구하지만 최종 선택은 본인이 했다. 더 이상 엄마가 원하는 데로 움직이지 않았다.
“위험해.”
“안돼.”
“조심해라.”
“좋은 생각이 아니다.”
엄마는 말을 하지만 결정은 엄마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진 프리픽
아이는 성실했고 책임감이 있었다. 그가 한 행동에는 대부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엄마는 너무 걱정이 많아.” 이것이 아이가 내린 결론이었다. 우리는 사이가 점점 나빠졌고 같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엔 아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쳐갔고, 아이는 키도 몸집도 마음도 커져가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우리는 거실에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결심한 듯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종엽아. 엄마가 10년 잘 키워줬지?”
아이는 날 쳐다보더니, 놀랍게 인정해 주는 말을 했다.
“응 그렇지. 엄마가 날 좀 잘 키웠지.”
난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린 10년 뒤쯤 다시 만나자.”
아쉽지만 내 사랑을 이렇게 끝을 냈다. 이별하는데 일 년이 걸렸다. 내내 나는 아팠다.
내 표정 하나에 울고 웃으며 나만 바라보고 있었던 작은 생명체. 온전히 내 보살핌을 필요로 하던, 너무나 아름답고 반짝이던 존재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동시에 깊은 사랑과 기쁨을 느꼈다.
‘내 인생에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아이를 낳은 것, 또 키우는 것.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을 믿어주고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올해 3월에 중학생이 되는 아들은 자주는 아니지만 본인의 이야기를 간간이 들려준다. 친구들 이야기(아, 남자아이들이란!),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있었던 일, 좋았던 일도 기분 나빴던 일도 설거지를 하고 있거나 빨래를 개고 있는 나에게 와서는 툭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저 가만히 들어주고 “그랬구나!” 한다. 가끔 칭찬해 주는 말도 함께한다. 어떠한 판단이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해주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시원한 물 한 컵 마시며 삼킨다. 숙제나 학원 문제로도 아이와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이제는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아이가 학교와 학원을 다닌 것 같아도 사실은 엄마인 내가 다녔다. 아이가 사회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엄마가 대신했었다. 내가 여전히 엄마라는 사실도, 아들이 더 자라야 한다는 것도 변함없지만 이제는 아이를 향한 집착과 두려움에서 한 발짝 물러나려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인생의 모든 일에는 정답이 없다. 이번 일도 정답은 없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와 분리되어 독립을 연습 중인 아들에게, 엄마인 나는 오늘도 조용한 지지를 보낸다. 그것이 내가 할 일 같다.
글|장초롱
14년 차 전업주부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에게 손이 갈 일이 여전히 많지만, 이전보다 여유 시간이 훨씬 더 생겼다. 자신을 위해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며 책 읽는 시간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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