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2. 17:23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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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인생의 바다에서 찾은 빛

오동도 섬의 등대 기념비
풍광 좋은 항구도시 여수에 가면 작은 섬 오동도가 있다. 그 오동도에 아담한 등대가 있는데, 등대로 가는 입구에 ‘암야도광(暗夜導光)’이라는 문구가 돌 기념비에 새겨져 있다. ‘어두운 밤에 빛으로 인도한다’는 뜻이다.
등대는 캄캄한 밤에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이 방향을 찾게 해주고, 안전하게 항구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어두운 밤이나 혹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지쳐 있던 선원들이 등대를 발견하면 얼마나 소망이 생기며 안도감을 느끼겠는가?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말한다. 사실 불교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성경 스가랴에서도 인생을 고해로 보고 있다. 인생은 내내 순풍에 돛을 달고 가는 항해가 아니다. 인생의 바다에는 거친 풍랑이 있고, 암초도 있고 빙산도 있다. 그런 것들을 잘 피하고 헤쳐 나가 무사히 항구에 도착하면 인생은 행복해진다. 하지만, 어두운 밤바다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배처럼 인생의 방향을 잡지 못하거나 인생의 어려움들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인생은 고해가 된다.
우리가 어두운 세상에서 헤매고 지쳐 있을 때 등대를 발견하듯, 우리 인생을 소망과 행복의 항구로 인도하는 등대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어둡고 부끄러웠던 젊은 날
나는 어린 시절을 참 힘들고 어렵게 보냈다. 청소년 시절에도 내 삶은 마치 망망대해에서 정처 없이 표류하는 배와 같았다. 죽도록 일해야 겨우 끼니를 이어가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찢어지는 가난 때문에 어떻게든지 잘 살아보고 싶었다. 몸도 약하고 마음도 약했던 나에게 농사일은 너무 힘들고, 아버지는 너무 무서웠다. 그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안정되고 여유 있게 살고 싶었다. 가족끼리 마음 편하게 사는 게 나의 꿈이었고, 행복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가난은 춥고 배고픈 삶만 아니라 나에게 많은 열등감도 안겨 주었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대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낯선 도시에 아는 사람도 없고 라디오도 TV도 없던 시절, 혼자 자취를 하면서 마음이 외로웠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해가 기울고 가로수 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왠지 인생도 사계절처럼 저렇게 지나가고 저물어 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린 나이에 인생이 덧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연탄불조차 꺼져 버린 날, 이 넓고 넓은 세상에 나는 남의 집 작은 방 하나를 빌려 왜 이렇게 힘들고 쓸쓸하게 살아야 하는지, 인생의 비애와 허탈감이 뼛속까지 저며 왔다.
인생은 참 힘겹고, 삶은 늘 무겁고, 마음은 외로웠다. 마음의 공허는 누구도,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다. 그리고 내 육체의 욕구와 죄악된 생각들에 끌려 다니는 내 자신이 늘 부끄러웠다. 인생에 대해 고민도 하고 여러 책들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았고,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인간의 불안에 대해《존재의 용기》라는 책에 집필한독일의 신학자 폴 틸리히.인물 사진 The Fralin Museum of Art University of Virginia
폴 틸리히가 말하는 세 가지 불안
독일 출신의 유명한 신학자이며 철학자인 폴 틸리히는 《존재의 용기》라는 책에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불안의 형태가 크게 세 가지라고 했다.
첫째는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과 자신의 존재가 소멸되는 죽음에 대한 불안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도 말했듯이,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던져진(投)’ 존재이다. 즉 ‘피투성(被投性)’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운명을 살아야 하는지 선택할 수 없으며, 죽음으로 인해 존재 자체가 무(無)로 돌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마음의 공허와 삶의 무의미함에 대한 불안이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상실할 위험에 직면할 때 존재의 목적을 부정하며, 인간은 내면의 공허와 무의미함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불안은 인간 존재의 정신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불안이다.
세 번째는 죄의식과 정죄의 불안이다. 즉, 양심이 자기 자신의 내면을 공격(이를 정죄라고 한다.)하여 자기 존재의 결함과 도덕적 부정당함을 자각할 때 생기는 죄책감은 자신의 존재를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강력한 불안이라고 했다.

이미지 배정진 / Sora Ai
인생을 바꾸는 놀라운 빛
나 역시 위와 같은 불안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식과 평안을 찾으려고 많이 고뇌하고 방황했다. 여러 책도 읽어보고 많은 주위 사람들과 대화도 해보았다. 번민도 해보고, 종교 생활을 하며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켜 보려고도 애도 써보았다. 그러나 길도 방향도 보이지 않았고,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은 나 자신 안에도, 나 자신 밖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가수 김창완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물었다고 한다. “할아버지, 왜 사세요?” “누나, 왜 사세요?”라고. 그런데 의미 있는 대답을 해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의 대답이 비슷비슷해서 “너도 커보면 알아, 지금은 공부나 해.”라는 식이었다. 그는 ‘누군가 한 사람쯤은 제대로 된 대답을 가지고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하게 풀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나는 제대로 대답을 해주는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을 만나 그분과 함께하며 그분과 사귐을 갖는 동안, 이전에 내가 번민하고 방황하고 풀려고 애썼던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분 안에는 내게 없는 사랑과 은혜, 능력과 지혜가 충만했다. 그분을 만나 그분의 말씀을 듣는 순간 내 인생의 모든 근원적, 본질적, 궁극적 문제는 다 풀어졌고, 길고 긴 방황과 번민은 끝이 났다. 참된 기쁨과 감사, 평안과 소망이 내 마음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앞서 폴 틸리히가 말한 모든 불안은 그분을 만난 이후 모두 떠나갔다.
그분은 내 마음의 모든 어둠을 내어 쫓는 참된 빛이었다. 빛이 오면 어둠은 물러간다. 빛을 이기는 어둠은 없다. 그분은 내 마음의 모든 죄를 씻어 주시고, 영원한 생명과 참 소망을 주셨다. 그분은 예수 그리스도! 그분을 만나면 누구든지 삶이 밝고 아름답고 행복해진다.

글쓴이 이한규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국어 선생님이 되었다.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았고, 전국대안학교총연합회 서울시 지부장으로도 일했다. 뜻한 바가 있어 목사가 되었고, 현재 한국기독교연합(KCA)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칼럼니스트 및 강연 활동을 겸하고 있는 그는 2025년 멕시코 아즈테카 대학교에서 명예 교육학 박사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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