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해 성당 문을 열다

2024. 10. 14. 20:49카테고리 없음

데일리투머로우  >  PEOPLE

 

모두를 위해 성당 문을 열다

브라질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에우모C, 파씨올리 신부

 

상파울루 도심의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은 첨탑까지의 천장고가 45미터로, 15층 빌딩과 맞

는다. 야자수가 죽 늘어선 거리에 자리한 이 성당을 구경하려고 전 세계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관광객들로 연중 내내 북적거리는데, 이 성당의 에우모 신부는

가만히 있지 못한다. 문화예술 행사를 열어 사람들을 성당으로 모은다.

 

나이 팔십을 바라보는 그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좋은 것을 발견하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 덕분에 상파울루 시민은 물론, 성당 방문객들도 공연을

보며 무한 행복을 느낀다.  박애정신을 실천허는 그만의 표현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뛰어난

기량을 갖춘 음악인을  찾아내 공연을 제안하고,  누구든지 공연을 보며  행복한 감동을 체험

할 수 있도록 성당을 개방한다. 지난래엔 처음으로 한국의 그라시아스합창단을 초청했다.

 

무대에 선 합창단은 평화를 기원하는 주제로 연주했고  청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

에 힘입어 에우모 신부는  합창단 설립자에게  재방문을 요청하는 앙코르 초청장을 보냈다..

평화의  확산을 위해서라면  사회적 통념을 벗고 누구와도 악수할,  용기있는 사람들이  많아

질수록 세상은  화평해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에우모 신부의 평화를  향한 실천력은 정말

남다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수많은 직업 중에서 가톨릭 신부가 되는 길은 선택의 기준이 좀 다르

다.  대부분 직업이 개인의 성장과  성취감에 목표를 두는 반면,  신부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

고 인류애를 실천하는데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즉, 오롯이 타인을 위한 헌신과 범세계적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서원을 마음에 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범부의  눈에는 신부의 길이

때로  고독과 희생의 여정으로 보인다.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며 사는 인간적인 기쁨을 포기

하고, 교회 공동체 속에서 봉사하는 삶을 우선시하는 그들은,  그래서 보통 사람들의 인내와

절제력보다  그 폭이 넓고 또 깊다.

 

브라질에 사는 에우모 C, 파씨올리 신부는 어릴 적부터 신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순수한

소년의 눈망울에 비친 성직자들의 삶은 감동과 존경  그 자체였기에, 신부가 된다는 것이 타

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정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어린 소년은 그런  삶에 오히려 동경심을

가졌다.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27살에 그 꿈을 이루었고 그 이후 50년 가까운 

세월을 오로지 사람들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성직자로 살고 있다.

 

신부와의 인터뷰는 기자도 난생 처음이라,  가톨릭 종교와 성직자의 삶을 알 수 있는 책들을

미리 읽어보며 잘문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예상과 달리 너무나  겸허하고 소박했

으며 사람의 마음을 녹아들게 하는 푸근함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평소에 신부님의 하루 일과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하나님과 함께 조용한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미사 집

전으로 공식적인  하루를 시작합니다. 다른 종교 지도자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일상적인 서

당 업무를 매일 합니다.  설교하고 가르치고 세레를 주고  고해성사를 듣고 결혼식과 장례식

을 치릅니다. 성도들을 위한 아픔과 기쁨을 한께 하는 것이죠. 점심과 저녁 식사는 성당에서

하지만, 회의가 없는 날 저녁엔 가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모든 음식을 먹을

줄 알아야 배고프지 않고 살 수 있단다"라고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 들은 말씀 덕분에 가리는

음식은 거의 없습니다. 하루하루를 이렇게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신부님은 언제 가장 행복을 느끼십니까?

 

예수님의 복음을 전할 때,  그리고 성도들이 예수님을 따르려는 마음을 가질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특히 사목(가톨릭에서 사제가 성도를 통솔,  지도하여 구원의 길로 이끄는 일)

생활에서 형제 자매들이  물질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진리를 찾는 삶으로  방향을 바꿀 때  큰

기쁨을 느낌니다. 저는 성도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기쁨, 슬픔, 걱정, 불안을 함

께 나누며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성도들과의  영적 관계뿐 아니라  인간적인  유대감도

중시합니다.

 

반면에 신앙과 멀어지는삶을 사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아픔니다.  가까웠던 두 친구

가 사제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 너무 슬펐습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관

심하고 겉으로만 파상적인  관계를 맺으려 할 때에도  저는 동일한 슬픔을 느낍니다.  최근에

는 우리나라에서 홍수,  산불과 같은 커다란 자연재해가 인간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인

해 발생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습니다.

진리를 찾는 구도자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가톨릭은 종교갈등을  없애고  함께 하는 세상

만드는 데에 적극적인 편입니다.이에 신부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교파를 초월해 기독교 교회의 일치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즘Eoumenism 운동을 해온 가톨릭

은 반세기 전부터 종교 간  대화를 시도해 왔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같은 예수 그리스도

를 믿는 기독교로, 서로를 공격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대화를 하면서 함께성장

해야 합니다. 교파가 다른 기독교인들과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하며,  비기독

교인들과도 편견 없는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린 1965년

부터 이런 시도를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본질

적인 역할이자 사명입니다.또한, 다른 종교와의 허심탄회한 대화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공감이 가는 말씀이네요.  신부님이 몸담고 계신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이 상파울루의 대표적

인 관광지로 손꼽힌다고 들었습니다.

 

상파울루 초대  대주교께서 1908년에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지하실을  지어서 이곳에

서 봉사한 주교님들의 유해를 안장하고 있습니다.  원래 성당 건축물은 지하실을  묘지로 활

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마침내 1954년에  대성당이 완공되었고  올해로 건립 70년입니다.

막시밀리안 에밀 헬이라는 건축가가 하늘을 향해 탑이 뾰족한 네오고딕 양식으로 지었는데,

브라질 특유의  동식물을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아르마딜로 도마뱀,  개구리,  커피, 카카

오, 오렌지, 포도가지가 기둥에 조각되어 있어요.

성당 홈페이지를 보면 메인 홀에서  여러 형태의 자선공연이 열립니다.  이런 행사를 기획하

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성당을 공들여 건축하는 것은  하나님께 경외심을 표하는 한 방법입니다.  그렇게 세운 성당

에서 우리가 모여 신성한 예배를 드립니다. 저는 다양한 음악 행사도 기획합니다. 클레식 공

연, 악기 연주, 합창 무대 등 메시지가 담긴 음악으로 하나님의 뜻을 전하고 널리 알릴 수  있

기 때문이죠. 종교가 없는 사람도, 또는 다름 종교를 가진 사람도 성당에서 공연을 보며 절대

적 진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저만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그라시아스합창단이  초청을 받아 콘서트를 했습니다.  이 공연을 보신  신부님의 소

감은 어떠셨는지요.

 

제가 아는 수녀님이 그라시아스합창단을 소개해 주셨어요. 유투브로 연주를 처음 들었는데

수준이 매우 높았습니다. 음악적 기량과 지식, 경함을 두루 갖췄고, 복음을 전하려는 열의도

분명했어요.  하나님을 연상케하는 에너지가 선율에 담겨서  청중이 음악에 더 몰입할 수 있

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원래 가톨릭과 직접  연관이 없는 단체가 무대에 오르면 여러 곳에서  불평과 비판의 소리가

들려오곤 합니다.  그런데 개신교 소속의  그라시아스합창단이 공연을  했을 때에는 무척 좋

았다. 또 듣고 싶다 등의 후기가 훨씬 많았어요.

그래서 올해에 또다시 초청하신 건가요?

 

지난번 합창단의 공연과 설립자 목사님의 메시지를 들은 상파울루 시민들이 너무 기뻐했습

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초대한다는 내용을 영상으로 찍어 보냈고 다시 오겠다는 답변을 받

았습니다. 올해는  마침 상파울루 도시 건립 470주년 기념의 해라서, 이에 맞춰 세계 평화를

주제로 콘서트를 기획했습니다.  이번에도 공연 중간에  복음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이 있었

고, 저는 그 메시지를 들으며 박목사님이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현재 브라질의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청소년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방대한 양의 정보에 그대로 노

출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여러 형태의  범죄들이 파생됩니다.  청소년들은 소비가

중심인 현실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중산층  이상의 청소년들은

더 즉흥적으로 살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신앙에 관심을 갖는 것을 어려워 합니다.

 

게다가 오늘날  사람들은 모든 것을  비교해서 평가하고 책임감도 강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죄의 문제에도 똑 같이 적용됩니다.  나의 잘못은 다른 사람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하며 책임

을 회피해 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비판적인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도와야 하고요.

신부님은 청소년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요.

 

브라질엔 청소년이 약 4,400만 명이며,  그중 800만 명이 상파울루에 살고 있습니다. 유혹에

약한 청소년들이  세속적인  도시 환경에 살면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지킨다는 것은  현실

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청소년이 성인이 되면 점점 교회와 거리를 두는데  이런 현상은 비단

지금뿐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아주 오래된 문제입니다.

 

저는 35년 동안 산타 마르셀리나 학교에서 종교 지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곳의 학생

들, 교사들, 직원들을 이끌어주고 개인적인 신앙 상담도 합니다.학생들과 만나 그들의 고민

을 듣고 대화ㅣ하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지요. 교회는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서 그들이

청소년이 되어도 교회와 계속 연결되도록 도와야 합니다. 상파울루 인근의 교구들이 이런

자선 활동을 열심히 합니다.'다르퀴디오세사나 빠스토우'라는 사목 단체에서 각 지역 청소년

모임을 열고 있으며, 전국 청년대회도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대한님국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신부님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지금 인류는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기술과 미디어의 발전은 예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고,  언젠가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초월적인 신의 존재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 정획히 알고 있어야  첨단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인공지능을 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청소년기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이때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앞으로의 삶

에 큰 영향을 줍니다. 청소년 여러분, 젊음을 누리면서 살아가세요.  진리를 추구하는 충만한

마음으로요.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두움 속에서 다니지 아

니하고 빛을 얻으리라"는  요한복음의 말씀들처럼,  영원한 진리인  예수님을 따라서  살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에우모 신부는 자신의  건강 상태가 먼  여행을  하기엔 적합치  않으나,  지구 반대편이 있

한국을 언젠가는 꼭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세상 소음에 휩쓸리지  않고 구도자의 길을 걸

온 그의 뚝심이 인터뷰의 말미로 갈수록 더 선명하게 보였다.  자신과 다른 영역에 속한 사람

일지라도, 종교적 신념이 다를지라도,  그는 상대로부터 좋은 것을 발견하면  그 가치를 인정

하는 관용과 그 가치를 배우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애우모 신부가 있는 상파

울루 대성당은 모든 사람을 위해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