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0. 06:50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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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의 그늘
.SNS의 알고리즘을 타고 무한 클릭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이 된 경험을 종종 해 봤을 것
이다. 요즘 같은 더위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앞에서 유투브와 쇼츠 보는게 최고의 피서라
는 말도 자주 들려온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별로 재미가 없고 자꾸 SNS로 손이 간다면
SNS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SNS의 그늘과 중독의 이유, 그 해결책을 생각해 본다.
사회관게망을 확대시킨 SNS
1993년 영궁의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 교수는 사람들이 평생 친분을 맺고 유지할 수있는
인맥 최대치가 평균 150명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이 숫자는 이전까지의 사회형태,
통신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이론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사회 형태와 통신기술
수준이 완전히 달라진 현대 사회에서도 적용되는 이론인지는 생각할 여지가 많다.
'사회관게망 서비스'이라고 불리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발달로 이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이 수많은 사람과 손쉽게 교류하고 관게를 맺는 것이 가능해졌다.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투브, 트위터 등의 플렛폼 속 친구 맺기 기능으로 수천, 수만, 많게는 몇백만의
팔로워를 거느리는 일도 다반사이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며
빠른 정보 수집과 정보 교환도 가능하다. SNS가 광범위한 영역에서 중대한 영향력을 끼치
면서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이를지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우울과 불안의 극적인 증가
SNS가 형대인의 삶 속에 큰 자리를 차지할수록 그 폐해와 중독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박사는 신간 <불안 세대> 에
서 2010년 미국 사회에서 10대의 SNS가 유행한 이후 청소년의 자해와 자살, 우울과 불안
정신병원 입원율이 극적으로 올라간 통게를 보여 주었다.
초창기 인터넷은 정보를 올리고 찾고 블로그를 쓰는 정도에 그쳤다면 2010년 전후로 SNS
가 출현하면서 '좋아요'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인기와 조회 수에 민감해졌다. 스마트폰에 전
면 카메라가 생기고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면서 SNS는 더욱 발달해갔고 청소년들은 이 플
렛폼 속에서 끝없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존감 하락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이트 박사는 SNS가 등장한 2010년~2015년 미국 아이들의 유년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
었고 이를 '아동기의 거대한 재배열'이라고 명명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청소년의 정신 건
강이 급속도로 악화도었음에도 자녀들을 현실 세계에서는 과잉보호하면서 인터넷과 같은
가상 세계에서는 과소 보호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이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 젊
은이들의 행복도 수치가 SNS등장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낮아졌으며 가상 세계가 아닌 진
짜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6월 20일 미국 뉴욕주의 결정도 하이트 박사의 의견과 결을 같이한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SNS플랫폼이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18세 미만 이용자에게 중독성 피드를
노출시킬 수 없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즐겨 찾는 콘텐츠나 접속기록 등에 근거한 알고
리즘이 비슷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자 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강한 미국에서 그것도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뉴욕주의 이러한 결단은 SNS
중독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의 노출에 청소년들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포
였다. 앞으로 미국의 다른 주 정부나 다른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SNS 알고리즘 폐해로 2017년 영국에서는 '몰리 러셀' 사건이 있었다. 기종에 약한
우울증이 있던 14살의 러셀은 자해를 유발하는 온라인 컨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 되었다.
자해를 검색하면 자해 관련 영상이 계속 뜨는 알고리즘 때문에 그는 영상을 멈출 수 없었고
며칠동안 불면에 시달리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을 맡은 북런던 고위검시관
인 애드루 워커는 그의 자살이 SNS에 의한 영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로서 SNS의 폐해
와 중독 문제가 더욱 공론화 되면서 규제와 책임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SNS의 늪에 빠진 것은 청소년만이 아니다. 건강 요리에 관심이 많은 필자 아내의 유
투브 계정에는 '000밥상' 'XXX레시피' 등 관련 영상이 추천되고 쇼츠에도 재미있는 영상이
끝없이 올라온다, 과학분야에 관심이 많은 필자에게는 우주나 뇌에 관련된 강연이 자동으
로 올라온다. 영상이 끝나면 밑에 뜬 영상을 또 시청하고, 또 시청하고...이러한 굴레에 갇히
는 것을 유투브 끊적거림(You Tube stickiness)'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유용한 정보를 손 쉽게 얻는 장점도 있으나 알고리즘의 세게 속에 빠져 있다 정신을 차
려보면 하루가 훅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필자는 해와 출장을 나가서 일이 없을 때
깨어닜는 시간 대부분을 SNS에 매몰되어 있다가 맨붕에 빠진 적이 여러 번 있다.
도파민과 중독
보통 '중독'하면 마약을 떠올리기 쉽지만 중독 전문가인 에나 램키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의
학과 교수는 SNS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 역시 곧바로 도파님을 방출하는 일종의 '약물'이라
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전체 체중의 2% 정도인 1.2~1.4kg 정도 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
에너지 사용의 20%를 차지하는 기관으로 항상 굉장한 부하가 걸려있는 상태이다.뇌는 부
담을 줄이기 위하여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바로 바로 삭제해 버리고 자주 사용함으로 발생
한 신경망 연결(버릇이나 습관, 숙달이라고 한다.)은 가능한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를 바꾸
려면 또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습관이나 중독에서 우리가 벗어나
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우리에게 어떤 목표가 생기면 뇌에서 쾌락 호르몬인 도파님이 분비되어 일을 시작하
도록 부추기고, 그 목표가 달성되면 더 많은 양이 분비되어 행복감을 선물한다. 그런데 마약
같은 물질은 이런 기전을 생략하고 무조건 많은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비하게 한다. 갑작
스럽게 도파님 폭탄을 선물 받은 뇌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행복감과 쾌감을 경험하게
되고, 동일한 느낌을 받기 위해서 반복적인 투약을 하도록 자신의 주인을 몰아간다.
하지만 뇌의 도파민 분비 능력은 제한되어 있고 도파민에 반응하여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
는 수용체의 민감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같은 방법, 같은 양으로는 동일 한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다. 좀 더 효과가 좋은 투약 방법, 더 센 마약을 찾아 헤매는 이유이다.
SNS도 마찬가지이다. SNS 사용을 통해 우리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면 동일한 느낌을 받
기 위해 반복적으로 SNS에 매달린다. 점차 자극에 내성이 생기면서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
고 그러면 우리 뇌는 빠르고 강력한 자극에만 반응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다른 일상 활동에
대한 행복감은 낮아져 우 울증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SNS에 빠진 사람은 결국 도파
민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중독 현상은 절대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문제이다. 중독에 빠
진 뇌는 결국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디지털 디톡스의 세계
SNS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디지털 디톡스'이다.
일종의 디지털 거리두기이다. 전문가들은 SNS 사용을 의식적으로 줄이거나 완전히 중단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사용 시간을 줄이기 보다는 일정 기간 의도적으로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고 한다. 애나 램키 교수는 그의 책 <도파민 네이션> 에서 최
소 4주는 멈춰야 중독 대상을 끊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성장한 구글의 직원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금지한 이야
기를 들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창시자였던 스티브 잡스 역시 자녀들에게 스마
트폰 과 아이페드를 주는 대신,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토론을 즐기며 사고할 수 있는 시간
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손쉽게 검색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 사색하는 힘을 알려 주
고 싶어서 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없이 살기 힘든 현대인에게 오랜 시간 SNS를 완전히 끊는 것은 거의 불가
능하다. 필자는 'SNS의 의식적 사용'이라는 방법을 권장하고 싶다. 무의식적으로 SNS를 확
인하는 것을 피하고 일정한 패턴과 그 방법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먼저 사용시간을 제한해 보라.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하여 정한 시간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잠금이 되는 앱을 사용하거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기록하는 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자꾸 손이 가더라도 즉각적이고 수시로 확인하는 것보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한 번에 내용을 확인 하는 것으로 습관을 바꾸면 좋다. 사용 목적을 명확히 정하는 것
도 필요하다 정보획득이라는 목적을 정하고 필기를 하며 시청한다면 무분별한 사용이 제
한될 수 있다.
필자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켜서 새로 들어온 알림은 없
는지 확인하는 일들을 피했다. 시간을 정하고, 장소를 정하고 목적을 정한다는 규칙을 적용
했다. 이따금 스스로 정한 규칙이 깨지곤 하지만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를 누리고 있다.
대체 활동도 필요하다. 오프라인 상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계획을 세워보자. 운동이나 독서
자기 개발, 명상, 가족과의 시간, 취미활동, 사회적 활동 등 다른 긍정적 활동으로 뇌의 보상
시스템을 건강하게 자극해 보자. 밖으로 나가 우리가 잊고 있던 아름다운 세계에 주목해 보
자. 자발적인 의지만으로는 SNS 중독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면 전문기관을 찾아 심리상
담가나 중독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 보자.
온라인에서의 소통과 교류는 전통적인 인간관게와 비교할 때 서로에 대한 친밀감이 부족하
기 쉽다. 디지털 특성상 비언어적 신호가 제한되거나 없어지기에 의미 전달에 왜곡이 일어
나는 경우도 많고, 그렇게 발생한 오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동일한 의견을 가진 사람끼
리는 쉽게 뭉쳐서 거대 집단을 이루고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익명성의 보호 아래 악플을
다는 등 잔인하게 괴롭힐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상당한 수준의 중독성이란 부작용까지 있
으니 사용하는데 있어 큰 주의가 필요하다.
인류는 서로 소통하면서 성장해 왔다. 겅강한 디지털 문화를 바탕으로 온라인 상에서 교류
하고 오프라인으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소통을 완성해 나갈 때 우리는 더 깊고 아름다운 인
간 관계를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송재경
항공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 전투조종사를 거쳐 1995년에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2004년
부터 B747-400 및 A300 기장 근무를 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뇌, 순수물리학과 같은 과학
분야에 곤심이 많다. 비행을 하며 마주치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면서, 그는 별들이 작동하
는 원리와 우주라는 공간의 광대함에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