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캠프 마이 다이어리

2024. 8. 27. 07:26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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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캠프 마이 다이어리

 

매년 여름마다 부산에서 개최되는 IYF 월드캠프는 전 세계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글

로벌 리더의 자질을 익히는 문화교류 프로그램이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서로 다른 문화

에서 성장한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교류하는지, 두 학생의 에세이를 통해 만나본다.

한 빅토리아

 

알마티 경영대학교 Almaty Management University 4학년 생.  여러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경험하며 사는 것이 꿈이다.

 

나는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으로 살아왔다.  뿌리는 한국인지만 한국어가 서툴렀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카자흐스탄에서 나는 '외국인'이었고, 한국을 내 고향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내 모습에 혼란을 느껴 방황한 적도 있었지만 이런 어려움

들이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 믿으며 열심히 공부했고, 나만의 길을 찾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내 계획과 달리 대학 진학을 앞두고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다.  어쩔 수 없

이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왔고,  대학교에 입학했다.빨리 학교를 졸업해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살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국에서 열리는 IYF 월드캠프를 알게 되었다.대학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 중 '리더스 컨퍼런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리더스 컨퍼런스는  대학생들이

모여 전 세계 청소년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 할 수 있는 적절한 프로잭트를 기

획,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여러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한자리에서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가기 위한 서류와 비자, 비행기 여비를 준비하는 게 부

담이 되기도 했지만 캠프에 참석하고 싶은 열정이 더 컸기 대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드디어 2024년 7월, 설렘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한국에 도착해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생각

보다 더 다양한 나라의 참가자들이 함께 했고, 모두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반겨주었다. 처음

엔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프로그램 스케줄을 따라가며 금방 소속감을 느끼고 빠르게

친해졌다. 나와 같은 숙소를 쓰는 친구들은 유럽,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들이었

다.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게 무척 즐거웠다.  또한, 프로그램 중 하

나인 마인드 강연 시간에는 내게 굉장히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편, 서로 다른 문화적 관행과 생활 습관 때문에 당황했던 적도 있다. 한번은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내 케리어 안에 있던 옷들과 화장품이 침대 위에 흩어져 있었다. 내 물건

을 허락도 없이 사용하려고 하는 외국 친구의 모습에 화가나 버럭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때

그날 저녁에 들었던 강사님의 말이 생각났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부

족함을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고, 무엇이든 배울 수 있습니다." 단체 생활을 하는 이

곳에서 내가 가져야 할 마음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필기해 두었던 게 생각나 '나는 도저히 이

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내 생각이 다 옳은 게 아니야. 나도 부족해, 화부터 내지 말고 차분

히 친구와 이야기해보자.'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 것과 네 것은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빌릴

때는 먼저 허락을 받는 것이 에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그는 가까은 친구나 이웃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나눠 쓰는 것을 익숙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타인에게 쉽

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이 친구는 이곳에서 나와 함께 지내면서 나를 가까운 친구로 생각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나의 물건을 스스럼없이 나눠  쓰는 건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었다.  대화를 하다보니 문화적인 차이,  생각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피부색

도, 언어도, 문화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동안 누가 옳고,  틀리냐는 의미가 없었

다. 나는 그 방법으로 '대화'를 선택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문화의 차이를 느꼈던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그 때마다 내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대화를 시도했다. 내가 먼저 대화를 시작하니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자신의 속내

를 이야기했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같

이 찾게 되었다. 신기한 건,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오히려 공통점이 생겨 더 가까워지

고 돈독해졌다.

 

나는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

아들이는 방법을 배웠다.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내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직접 경험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얻었다. 이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과 순간들이 오랫동안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

을 것이다.

 

김종현

대학교 4학년 마지막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  IYF 월드캠프에 참가했다. 덕분에

특별한 경험도 하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대학생 마지막 여름방학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방학 기간에 할 수 있는 대외활동을

찾아보다가, 7월 21일부터 일주일 동안 부산에서 열리는 월드캠프의 홍보포스터를 보았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며 문화를 공유하고

친목을 다질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참가 신청을 했다.

첫날 약속 시간에 맞춰 부산에 도착했고, 접수처에 가서 접수를 하니 단체 유니폼인 파란색

티셔츠(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이다.)와 함께 일주일 동안 내가 소속될 반을 배정받았

다. 나와 같은 반이 된 친구들의 국적은 다양했다. 흑인 한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동남아권의

사람들이어서 얼핏 보면 생김새로는 나라 구분이 안되었지만 입을 여는 순간, 내가 모르는

언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같은 한국인과도 지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친구들과 지낼 생각을 하니 부담이 컸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소통의 어려움이 큰 만큼 최대한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을 살피며 이야기를 경청했더니 신

기하게도 소통이 되고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정해진 스케줄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 있었

다. 프로그램들은 참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오전 시간마다 있는 명사 초청 강연은 앞으로 내

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기위한 준비를 하는 데 적절한 도움을 주었고, 스케빈저 헌

트 게임과 국제시장, 해운데를 찾은 부산 자유 관광 시간은 즐거웠다.

다만 반 친구들을 데리고 '시간 약속'을 지키는 건 정말 어려웠다.  한국 사람들은 시간 약속

지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일명 '빨리빨리'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데 외국인들은 그런 문

화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동할 때나 활동을 할 때 항상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나는 어떻게

든 시간 안에 반 친구들을 끌고 가려고 "Let's go."를 수없이 외치며 애를 썼다.  그런 나를 이

해해주고 따라줬던 친구들이 고마웠다.

 

어느덧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가치관을 가진 친구들과 지내면서

많은 것들이 내가 생각한 것과 맞지 않았지만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존중

하고 받아들이니,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친구들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다름을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