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3. 16:45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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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을 겪으면서 마인드교육이 필요했어요"
지난 7월 23일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IYF교육포럼에 30개국 120명
의 대학총장들과 교육관게자들이 참석했다. 나라별로 교육 문제와 해결책을 발표하
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파나 하고스 총장은 마인드교육이 실제 메켈레 대학교에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그가 연구소를 설립해 성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동력이 궁금해 인터뷰를 청했다.
교육포럼에 참석하려고 멀리 에티오피아에서 오셨습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신
가요?
네, 그렇습니다.수교한 지 75년이나 된 두 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심리적 거리는
가까운 것 같아요. 한국전쟁에 참전하였기에 우리는 대한민국을 '피를 나눈 형제 국
가'라고 부릅니다. 저는 우리 선조들이 가서 희생한 나라가 어떤 궁금함을 가지고 왔
습니다. 와서 보니 한국의 외적 발전도 대단히 놀랍지만, 내적 평안과 행복을 추구하
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월드캠프 행사에서 알았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일으켜 성공의 모델로 만든 한국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총장님이 몸담고 있는 학교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메켈레 대학교는1993년에 설립한 국립종합대학입니다. 한국의 연세대나 고려대 정
도라면 이해가 쉽겠지요? 학문과 연구가 중심인 7개 단과대학이 있으며 학사, 석 박
사를 포함해 31,000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과학기술 전공 학
생이 많은 편입니다.
우수한 대학이네요. 총장 취임 때 내전 중이었는데 당시 에티어피아의 상황은 어땠
나요?
한국이 6<25 전쟁을 겪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지금 비슷한 상황에 있습니다. 전
쟁의 끔찍한 참상을 목겪했고 그로 인해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중
입니다. 에티오피아에는 86개의 민족이 있고, 메켈레 대학교가 있는 티그라이주에
는 티그라이족이 모여 삽니다. 숫자는 전체 인구의 6%밖에 안되지만 권력을 가진
지배층이죠. 내전의 직접적인 원인은 오로모족 출신의 아비 총리가 취임하면서 티그
라이족 정부인사들이 밀려난 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오래된 민족 갈등이 내전
의 실제 원인입니다.
우리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전쟁속에 살았어요. 총장 임명을 받았으나 휴전 합
의가 될 때까지 학교 문을 활짝 열수도 없었구요. 연방 예산 동결로 인터넷과 식료품
이 끊기고 교직원들에게 급여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우리 대학병원이 이 지역
의 유일한 의료시설이라서, 있는 의료품을 모두 꺼내 전쟁 부상자 치료에 사용했어
요. 사상자도 워낙 많았고 부상자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어요.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전쟁 복구를 하려면 일이 많을텐데 2023년에 '마인드셋 교육
연구소를 세웠습니다. 벌써 문을 연지 1년이 되었네요.
우리는 이미 2016년부터 국제청소년연합(이하 IYF)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
습니다. 2018년 전아프리카대학경기대회를 우리 학교에서 개최했을 때, IYF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1,500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 직무교육과 마인드교육을 해
주어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매년 우리학교 교직원과 학생
들이 교육을 받아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연구소 설립이 오히려
늦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이 마인드교육으로 얻는 혜택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티그라이주 북부 지역은 내전 이후 사람들의 마음에 소망이 사라졌고, 정부 부처와
기업들은 아직 정산가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인드교육을 받고 나면 마
음에 힘을 얻어 변하는게 보입니다. 특히 내전 트리우마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마인
드교육은 보는 관점을 바꿔서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마인드교육이
왜 좋으냐고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정확한 자기 인식
Self Awareness이 생기고, 트라우마에 빠진 사람들에게 소망을 줄 수 있어서 좋다고
요.
연구소에서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커리큘럼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메켈레 대학교 마인드셋 교육연구소의 교육 목표는 대학생과 교사들이 먼저 행복해
지고, 나아가 행복한 시회를 구축 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가 내건 5개의 가치
는 우수성Excllence, 포용성Inclusivity, 혁신Innovation, 무결성Integrity,
협력Collaboration 입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개인이 성공할 수 있는 고품격 교육을 제공함으로서
비판적 사고와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향상시키는 것을 우리는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
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학제간 대학원 프로그램, 마인드셋 교육 석사 과정 개설 및 운영
도 계획에 두고 있습니다. 한편 마인드교육이 실용학문이 되도록 트라우마에서 벗어
나는 방법, 시간 관리 교육,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문화 교육, 윤리 및 청렴성을 높이
는 직원 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청소년 시절에 총장님은 어떤 학생이었을까요?
책을 좋아해서 책벌레였어요. 책 보며 공부하는 것, 그보다 재밌거나 쉬운 일은 없었
습니다. 제 꿈이 공부하는 사람이 되는 거였어요. 초등학교 동창들의 기억 속에 저는
체육시간에 아이들이 벗어둔 옷 보따리를 지키는 학생이었대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
는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 것을 싫어하고 앉아서 공부하는 걸 제일 좋아해요. 나이가
들었으니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운동을 해야겠지만 제 부동의 약점이 게으름이라서
잘 않되네요.
그렇다면 왜 그렇게 책을 읽었을까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공무원, 어머니는 간호사였고, 저는
4남매 중 둘째였어요. 부모님은 교육만이 살 길이라며, 자식 교육을 끝까지 밀어 주
셨어요. 물론 책을 읽다 보니 좋아진 건지, 좋아서 읽기 시작한 건지는 분명치 않지
만우리나라 상황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적다
는걸 부모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저도 제 인생의 기회를 놓지고 싶지 않아 책을 파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총장님이 메켈레 대학교 학생들에게 자주 해주시는 말씀이 있으신지요.
두 가지를 주로 말해줍니다. 첫째는 시간관리입니다. 학생들이 시간을 좀 더 소중하
게 했으면 해요. 시간은 하루에 24시간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잖아요. 그
런데 함부로 시간을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시간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을거예요. 게임, 인터넷, SNS 등 우리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주변에 정말 많
잖아요. 그렇더라도 시간 계획을 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또 하나는 애국심입니다. 민족주의가 해체되고 지구촌이 하나의 나라가 되는 시점
에서, 점 점 개념이 희박해지는 나라를 사랑하라는 말은 자칫 시대 착오적으로도 들
릴수도 있어요.
하지마느 나라의 비중이 축소 될수록 존중과 존경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기 나
라 역사를 제대로 알고 존중하며 애국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런 사람은 훗날 자국
에 봉사하기 위해 자원하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한국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20대엔 여행을 만호이 다니라고 말해주고 싶습
니다. 여행을 통해 최대한 다양한 문화를 보고 사람들의 다른 삶도 아는 것이 중요합
니다. 에티오피아만 해도 민족이 매우 다양하고 문화와 언어도 달라요. 그 차이를 이
해하지 못해서 편견을 갖고 차별하기 시작하면 전쟁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다양한
세상을 보는 게 자신의 제한된 생각을 확장시키는 길입니다.
명함을 주고 받다가 이름 이야기가 나왔다.
'파나 하고스 베르하네Fana Hagos Berhane'라는 긴 이름에서 어디가 성姓인지 물
었더니 에티오피아에선 성이 아예 없단다. 맨 앞의 것은 본인 이름, 중간 것이 아버
지, 오른쪽 끝은 할아버지 이름이라고 한다. 총장님의 이름에서 파나('빛'을 의미)가
내 이름이고 스('행복' 의 의미)는 공무원을 지냈다는 아버지, 베르하네('빛'을 의미)
는 할아버지 아름이다. 3대의 이름을 평생 되세기며 산다면 마음이 흐트러질 때 바
로 서게되고, 외로울 때 동행이 되어주지 않을까. 서로 다른 문화의 작은 차이지만
그 의미를 곱씹을 때 큰 힘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전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