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3. 10:55ㆍ카테고리 없음
[박옥수 마인드칼럼] 어느 아름다운 결혼
건강을 되찾은 수현이가 얼마 전 봄날에 결혼을했다.
수현이뿐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하나님을 믿을 때 일어나는
기적이 너무나 놀랍다.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일이, 세상에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세월이 빨라서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다.
그날 밤 우리 일행은 울산에서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주에 나는 울산의 한
교회에서 열린 성경 세미나 강사로 며칠 동안 성경이야기를 하고, 그날 밤에 세미나가 끝나
서둘러 차를 몰고 서울로 향했다. 차가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때의 시간이 밤 10시 30분
경이었다. 서울까지는 빨라야 4시간 후에 도착할 수 있기에, 중간에 적당한 곳에서 자고 가
야 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선교회 소속 교회들에 부탁하면 잠잘 방은 마련해줄 테니, 먼저 대구에 있는 교회의 목
사님에게 전화를 했다. 사정을 설명하고 그 교회에서 자고 가도 되느냐고 물으니, 목사님이
어서 오라고 했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면서 동행한 목사님과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그만 대
구를 지나쳐버렸다. 대구 교회 목사님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다음 도시인 구미에 있는 교회
목사님에게 전화를 했다. 목사님이 반가워하며 구미 교회로 오라고 했다.
열아홉 살, 꽃다운 나이의 여학생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 교회에 도착해 잠을 자고, 새벽 3시 반쯤 되어 서울로 올라가려고 일어났다. 조용히 옷을
챙겨 입고,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걸어서 나가려고 문을 열다가 깜짝 놀랐다. 문
앞에 누가 서 있었던 것이다. 구미 교회 목사님이었다. 우리 일행이 이른 새벽에 조용히 갈까
봐 목사님이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잠도 자지 않고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물
으니, "목사님, 조금 지나면 새벽기도회 시간인데, 말씀을 전해주고 가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기다리다가, 새벽기도회 시간이 되어
성경 말씀을 전했다.
새벽기도회에 나온 교회 성도들이 자리에 앉아서 말씀을 듣는데, 예배당 뒤편에서 한 젊은
아가씨가 휠체어에 앉아서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설교를 마친 뒤 나는
그 아가씨에게 다가가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하며 말을 걸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왜 휠체어에 앉아 있어요? 이렇게 있는 게 재미있어
요?"
그 아가씨가 나에게 고등학교 3학년 최수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휠체어에 앉아 있게
된 사연을 이야기 했다. 얼마전 교실에 앉아 있는데 다리에 감가가이 느껴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엄마, 나 다리에 감가가이 없어요."라고 하자, 엄마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괜찮을
거야."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지냈는데 다리에 감가가이 자꾸 죽어가 나중에는 허벅지에도
감각이 없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니 척수염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이제 걸을 수 없을테니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침대에서만 지내다가 죽
게 된다고 했다. 대소변도 자유롭게 볼 수 없어서, 소변은 기계로 뽑아내고 대변은 3일에 한
번씩 엄마가 배를 쓸어내려 배설한다고 했다.
최수현 학생과 부모님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서울에 있는 나
에게 찾아와 기도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기계로 소변을 뽑아내야 하기에 차
를 타고 먼 길을 오갈 수 없었다. 그래서 교회에서 성도들과 함께 '박옥수목사님이 우리 교회
에 오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내가 고속도로를 놓치는 바람에 그 교회에 간 것이다. 구미 교회 목사님이 그 밤에 최
수현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박목사님이 교회에 오셨으니 내일 새벽기도회에 수현이를 데리
고 오세요."라고 해서 우리가 만나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열아홉 살 꽃다운 나이의 여학생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
팠다. 그래서 나는 성경을 펴서 "네가 하나님을 믿으면 하나님은 얼마든지 너를 고치실 수
있어."라고 하면서 30분 동안, 하나님을 믿는 믿음과 하나님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수현아, 내 이야기를 잘 들어,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동일하셔, 예수님이 2천 년
전에 병자들을 고치셨던 것처럼, 하나님이 네 병도 고쳐 주실 것을 네가 믿으면 하나님은 반
드시 고치셔, 의사 선생님은 네가 침대에 누워서 지내다가 죽을 거라고 했지만, 하나님은 전
능하셔, 그리고 하나님은 네 척수염을 고치길 원하셔,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셔서 분명히 고
치실 수 있다고 네가 믿으면 척수염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나님은 네가 죽는 것을 원하시지
않아, 네가 믿은 대로 반듯이 낫게 하실거야."
하나님을 믿는 믿음에 관하여 설명해 주자 수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가 하는 이야기
를 마음에 받아들였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바로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지금은 손으로 글씨도 쓰고, 걸을 수도 있어요
서너 달이 지난 어느날, 편지 한 통이 왔다. 겉봉투에 보낸 사람이 최수현이라고 되어 있었
다. '아, 수현이구나! 하고 편지 봉투를 뜯었다. 예쁜 꽃편지지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쓴 수
현이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목사님, 병원에선 걷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목사님은 내가 믿으면 낫는다고 하셨어요. 나는
그 말씀을 믿은 것밖에 없는데 몸이 점점 건강해져서지금은 이렇게 손으로 글씨도 쓰고, 걸
을 수도 있어요. 누가 만지고 꼬집어도 모르던 감각들이 거의 살아났어요! 대소변 마려운
것도 느끼고요. 엄청 신기해요. 목사님께서 제가 걷는 걸 보면 너무 기뻐하실 거 같아요. 다
음에 꼭 보여드릴께요!"
하나님이 수현이 병을 고치신 것을 생각하니 너무나 기뻤다. 척수염으로 꽃다운 나이에 죽
어가고 있던 여학생이 살아난다눈 사실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행복했다.
한 달쯤 지나 수현이가 부모님과 함께 작은 선물을 들고 서울에 있는 내 사무실에 찾아왔다.
나는 수현이 손을 잡고 사무실을 한 바퀴 돌았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 너무 놀라웠다. 그 후
로 수현이뿐 아니라 수현이의 부모님과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정말로 감사했다. 수현이
는 그 해 여름에 열린 IYF 월드캠프에 참석했고, 프로그램의 하나인 단축 마라톤에도 참가하
여 800여명의 여학생들 중에서 300등을 했다고 한다.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일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수현이는 더 이상 척수염 환자가 아니다. 그렇게 건강을 되찾은 수현이가 얼마 전 봄날
에 결혼을 했다. 신랑은 강원도 삼척에서 목회하는 목사님이다. 온 교회에 기쁨이 되었고, 수
현이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감사가 넘쳤다. 며찰 전에는 수현이 내외가 내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기뻐했다. 신랑도, 수현이도, 나도, 함께 있던 사람
들도, 우리 모두의 마음에 기쁨과 감사하가 넘쳤다.
나는 살면서, 자주는 아니지만 하나님을 믿을 때 나타나는 기적적인 일들을 종종 경험한다.
내가 목사면서도 아직도 믿음의 세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 그래도 하나님을 바라고
믿을 때 일어나는 놀랍고 아름다운 일들을 종종 경험한다.
척수염으로 죽어가던 수현이가 하나님이 병을 고치실 것을 믿었다. 그리고 병에서 벗어났
다. 수현이는 그 후로 늘 기쁨 가운데 지냈고, 좋은 신랑을 만나 행복한 결혼을 했다. 앞으로
1년여의 시간이 흘러 수현이가 아이 엄마가 될 것을 생각하면 정말 기쁘다. 부부가 함께 복
된 일들을 할 것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수현이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도 행복해진다. 목회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하니님이 수현이를 행복하게 하신 것처럼 수현이를 통해서 다른 사
람들도 행복하게 하실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하나님을 믿을 때 일어나는 기적, 수현이 뿐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믿으면 일어나는 기적이 너무나 놀랍다. 수현이처럼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일이, 세상에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