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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는 길

epika 2024. 4. 2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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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는 길

얼마 전, 미술관에 갔다. 매표소에 표시된 성인, 청소년, 어린이 입장료가 제각기 달

랐다.  나이에 따라 값을 다르게 받는다는 것은,  나이에 따라 작품 감상도 다르다고

전제를 한 것일까?  아니면 경제력이 없는 연령층에 대한 배려인가? 당연하게 여겼

던 기준이 갑자기 알쏭달쏭 해졌다. 문득, 나의 기억은 아이들과 놀이동산에 갔던 날

로 이어졌다. 어떻게든 놀이기구를 타보겠다면 키재기판 앞에서 까치발을들던 막내

아이의 진땀섞인 표정.....

 

미술관과 놀이동산은 어른과 아이를 나이로, 몸집으로 각각 구분한다. 그것은 아이

가 자라 어른이 된다는 성장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 말이다. 나이를 먹으면 키가자라

고 몸집이 커져 아이는 어른이 된다. 이렇듯 우리는 어른에 대한개념을 시간의 축으

로 이해해왔다. 또한 '어른먼저'라는 장유유서를 중요한 덕목으로 배웠다. 예전에 어

른 공경을 중시했던 이유는, 평균 수명이 짧은데도 건강을 잘 유지해 장수하고 있으

며, 오랜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지식과 지혜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다시 말해, 어른

에게는 배우고 얻을 게 많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오늘날엔 어른을 공경할 상황이 바뀌고 있다. 장수를 보장해주는 건강은 예

방의학에 그 열쇄를 넘겨주었고, 지식과 지혜는 AI로 옮겨가는 과도기에 있다 이젠,

나이가 어른을 만들지 않는다.몸집이 자랐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결혼을 했

다고, 빠른 승진을 했다고, 돈을 많이 벌었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래

서 어른이 되기도 어렵고, 어른다운 어른을 찾기는 더 어려운 세상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인식認識'하고 '인지認知'하는 후천적 노력이 성공을 가져온다고 배웠기 때

문에, 어른이 되는 것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른이라 함은,

자기 일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 품격있는 사람, 목에 힘주지 않는 사람, 이념을 들이

대지 않는 사람, 관용과 아량이 넓은 사람,  인륜을 지키고 실행하는 사람 등 원하는

이상형을 법조뭄처럼 줄줄이 적어놓고 지키려 한다, 정말 그렇게 하면 어른이 되는

걸까/

 

어른은 밤샘 공부해서 따는 자격증이아니다. 원래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인생 페

키지 안에 아이,  어른으로 사는 경계의 지점이 들어있다.  그래서 어른이 되는 것은

의외로 쉽다.  만약에 내가 남자가 되려고 혹은 여자가 되려고, 어머니 배 안에서 노

력했다고 말한다면 다들 손사래를 치며 웃지 않겠는가

 

나뭇잎에 기어다니는 애벌레를 보자. 때가 되면(이때는 애벌레의 자유 의지와 상관

없다.)고치를 짓고 때가 되면 나비가 하늘로 훨훨 날아간다.자연에는 창조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이로 태어나 어른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간 게놈(유

전체) 지도로 인류 난치병  치료의 길을 발겨 했듯이,  인간의 마음 지도에는 어른이

되는 길이 있다. 

 

잔나비가 부르는 노래 중'...우리는 어째서 아른이 된 걸까,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

이야, 더는 못갈 거야,  꿈과 책과 힘과 벽사이를 눈치 보기에 바쁜 나날들....' 이라는

가사는 나비가 될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애벌레의 시갓에서 본 것이다.

 

마음 지도에서 지금 내가 있는 지점을 발견하면, 마음집도 커진다. 그러면서 회한의

마음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둘의 차이를 나누는 기준점은 하나이다. 하지만

시각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은 극과 극이다.

 

회한悔恨은 내가 잘하는 사람인데 잘 못했구나. 그건 이런저런 사람들  때문이야.

 

감사感謝는 내가 잘 못하는 사람인데 잘했구나. 그건 이런저런 사람들 때문이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머리만 더 복잡해진다. 어른이 되는 것은 몸집이 아닌 마

음집의 영역이다.